따뜻한 대한민국 겨울만들기

휴거

Posted 2009. 3. 26. 01:19

... 갑자기 휴거소동이 생각난다.

잊혀지지도 않는다. 1992년 10월 28일...

그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방과 후 나는 축구공을 차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길거리에 떨어진 이상한 종이를 보았다.

사람들이 날라가는 그림이었고... 나는 호기심에 그 종이를 읽어보았다.

내가 순진했던건지 모르겠지만.. 그때 정말 나는 충격이 대단했다.

한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어린 나에게 그 종이에 적혀있던 내용은...정말...ㅜㅜ

이때가 휴거가 일어난다는 날의 한달 전쯤이었고,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다.

부모님한테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면서...여러가지 생각들을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은 ...

" 내가 없어지면 내 기억은? "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난 그 기억들이 없으면 안되었다.

10살을 갓넘은 내가 그 십년이 채 안되는 기억을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울한 한달이 지나고 드디어 10월 27일... 저녁

난... 어머니랑 아버지는 과연 어떠한 준비를 하시나 눈치를 보았다.

...평상시와 똑같았다. -_-

한 10시가 넘어서인가.. 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겨우 졸라 안방으로 왔다.

" 그래도 휴거인데 부모님과 같이 있어야지.. " 라고 생각하고 ㅜ

드디어 결전의 11시 58분...

난 티비를 보시는 아빠에게... 모르는 척...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아빠.. 오늘 휴..거..라는데...-.- "

그러자 아버진 " 에이...히히히 " 라고 비웃으시듯 웃으셨다.

그제서야 난 좀 안정이 되었고 그러면서 얼렁뚱땅 자정이 지나버렸다.

" 휴...개 뻥이었구나... "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자리에서 바로 골아떨어져 버렸다.

이렇게 나의 휴거소동은 지나갔고...

그때 그 휴거가 지금에 와서는 하나의 " 거짓된 사건 " 으로 자라잡았더라...

구라쟁이 맹신도들..

참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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