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대한민국 겨울만들기

[사차원생각] 외모만 붕어빵?

Posted 2009. 6. 2. 14:09
i ) 어릴적엔..

엄마가 시장을 봐 오시면 쫄래쫄래 달려가 '뭐 맛있는거 있나?' 하며

시장봉지를 마구 뒤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나오는 빈대떡...

" 난 속으로 저렇게 맛없는걸 왜 사오시나.. -_-;; " 하고 다른 먹을걸 찾았다.

하지만 난 요즘 빈대떡이 왜 그리 맛있고 고소한지... ^ ^

비가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쏘주 한 병에 빈대떡 먹을 궁리를 한다.

과장 좀 보태고.. 요즘은 비가오는 날이 예전과는 달리 아주 좋다.


ii ) 어릴적엔..

아버지가 가끔 올라오셔서 주무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갔다.

업드리셔서...

티비를 켜놓은 채...

한 손은 리모콘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쥐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가슴에 꼭~낀다음...

고개는 사정 없이 떨구시며...

입을 벌리시고 (-_-) 주무시더라...  

그럼 난 " 아빠 좀 편하게 주무세요.. " 라고 말하며 막 깨운다.

아빤 " 어...어.....안잤어.... " 또는 " 넌 빨리 들어가서 안자고 이 시간까지 뭐하니? "

하시고 금방 다른 자세로 고개를 떨구신다. -_-

난 속으로 " 왜 저렇게 주무시는지... 저렇게 주무시면 더 피곤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이해가 가질 않았다.

요즘 나는... 가끔...

어느 순간엔가 내가 아버지와 똑같이 고개를 떨구다가 깜짝 놀란다.

" 어.. 뭐야 이거... "

그러고 또 고개를 떨군다.

근데 내 생각과는 달리... 이렇게 잠을 자도

깨는게 싫을 만큼

참... 꿀맛이더라..



나이가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식성, 행동, 습관은 조금씩 변하기 마련입니다.
계란과 콩비지를 아주 싫어 했다가도 지금은 매니아가 되어 버렸다거나...
예전에는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어머니, 아버지의 행동들이
지금 내가 아주 익숙하게 하는 행동이 되어버린 것...
그냥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바뀌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요.
어머니가 좋아했던 음식들이나... 아버지의 행동들을 나도 모르게 기억 한 구석에 두었다가
하나씩 닮아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겉모습, 성격만 붕어빵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도 어머니, 아버지를 닮아가려고 무의식 중에 애쓰는게 아닐까 ...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